섹시한 개그우먼과 퀴어 영화 감독.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두 관념의 현 실태인 곽현화와 김조광수를 만났을 때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곽현화는 김조광수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스스럼 없이 대했다. 

서로 먼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섹슈얼리티'라는 난해하기 그지 없는 범주였다. 간단하게 '성욕'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성적 뉘앙스만을 포함하지 않는다는의미에서 섹슈얼리티라는 낯선 말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 좋겠다. 

질문은 곽현화에게 먼저 던져봤다. 개그우먼인데 섹시함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한 까닭이 무엇인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개그우먼인데 제대로 웃기지 못해서"란다. 무슨 겸손인가? 자세히 들어보니, 반드시 그랬다기보다 곽현화가 개그계에 입문한 그 시절에 유행했던 개그 코드와 곽현화의이미지가 조금 맞지 않은 결과인 것 같았다. 

온 국민의 개그 프로그램이라고 할 〈개그콘서트〉로 데뷔한 곽현화는 해당 코너에서 주연을 맡기 보다 주로 배경 역할을 했는데, 그 이유가 '섹시한 외모'때문에 '망가지는 연기'를 할 수 없어서였다. 그래서 곽현화는 무엇을 선택했는가? 모두가 알고 있는 섹시함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요즘에야 개그 코드가 바뀌어서 예쁜 개그우먼이나 잘생긴 개그맨도 별 문제 없이 개그를 소화할 수 있지만, 곽현화가 데뷔할 무렵만 해도 개그맨이나 개그우먼은 평균보다 '못한' 외모여야 주목받을 수 있었다. 여하튼 곽현화는 자신의 선택을 궁여지책이라고 했지만, 그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섹시함과 개그우먼이라ㅡ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접한 대중은 처음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나·들 12월호 이택광이 본 '도발적 동성애자와 일탈적 개그우먼' 중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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