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없기를 바랍니다. 남아 있는 분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4일 낮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방명록에 글을 적었다. 단식 15일째인 김정우 쌍용차노조 지부장이 안철수 후보를 맞았다. 안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김 지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분향소 안으로 들어왔다. 

분향소에는 '정리해고로 인한 쌍용차 죽음의 행렬,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라는 글과 희생자 23명을 의미하는 영정 그림이 담긴 펼침막이 내걸렸다. 안 후보는 절을 두 번 하고 고개를 숙였다. 안 후보는 이후 김 지부장을 비롯한 쌍용차 노조원과 마주 앉았다. 안철수 캠프 송호창 공동선거대책본부장, 이용식 노동연대센터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안철수 후보가 노동 현장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안 후보는 노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이용식 센터장은 "치열한 노동 투쟁 현장에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쌍용차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늦게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우 지부장은 "23명이 죽었다,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고 계속 사람은 죽어간다"며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국정조사를 간절히 요구했지만 정치권은 답이 없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이어 "이(쌍용차 사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떤 해법을 주실 것인지 의견을 달라"고 전했다. 이후 안 후보는 20여 분간 이어진 간담회에서 노조원들의 쌍용차사태 해결 주문을 경청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정리해고가 이렇게 쉽게 돼도 되느냐, 다들 경제민주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정리해고 등 노동자 문제에 대한 답변이 없는 것 같다"며 "국가는 방치하고 사회 지도층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 문제에 대해 더 직설적으로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김태연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쌍용차사태 해결을 위해 각계가 다 나서고 있지만 정치권은 그렇지 않다"며 "대선이 지나 차기 정권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안 된다, 국감이 끝나 국회 문을 닫으면 쌍용차사태 문제 해결은 먼 미래로 간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전했다.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은 "국정조사가 대선정국에서 정치적인 하나의 테마로 축소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절망감을 느낀다"며 "(박근혜·문재인 후보와의) 3자 회동에서 (쌍용차 사태 해결에 대해) 하나 넣고 하나 빼는 사안이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의제로 관철시켜 달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노조원들의 말을 모두 듣고 난 뒤, "지난 9월 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했는데, 원래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 사흘 뒤인 20일에 할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그날 쌍용차 청문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출마선언 날짜를 하루 앞당겼다, 출마 선언할 때부터 쌍용차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쌍용차 문제를 다룬)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를 처음부터 꼼꼼히 잘 살펴봤다, 여기 오기 전 공 작가가 전화해서 여러 말씀 해줬다, (김정우 지부장에게) 단식을 그만 하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불행하고 어려운 일이다, '도움을 원하지 않고 진실을 원한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 하루빨리 국정조사가 돼야 한다, 대선 이후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여야가 합의해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기존에 회사가 했던 약속들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힘드시겠지만 희망 잃지 마시고 열심히 노력하시고, 저희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이 동영상은 안철수 후보의 쌍용차 단식농성장 방문 전체를 담고 있습니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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