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삭이고 있었다. 실망할 동력조차 소진해버렸다고 했다. 지역의 한 원로 시인은 '한 줌 흙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한다고 해도, 한 줌의 흙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괴롭고 고단한 싸움이라는 걸 시인도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이 어려운 건 강한 적보다, 외로움과 고립감 때문이라고 했다. 60대 의료인은 고백했다. "1980년 5월에는 총칼과 탱크에 포위된 섬이었다. 이제는 스스로 선택한 정치적 섬이 돼버렸다. 그래도 부끄럼 없는 선택이었으니, 섬사람으로 후회는 없다."
나날이 커지는 '60년 야당'에 대한 염증 속에서, 지역민의 상당수는 한 거물급 정치 신인의 복귀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새 정치'를 역설해온 그의 귀환이 낡고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담합 구조를 일거에 뒤흔들 수 있으리란 기대감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열기도 예전만 못해 보였다. 운명의 날, 도피하듯 홀연히 이국으로 떠난 그에게서 민초들의 아픔을 함께 나눌 품 너른 지도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이 역시 적지 않았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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