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조선소 폐쇄설이 나돌았을 때 사내 분위기가 흉흉했는데 요즘은 진짜 일할 맛이 납니다. 상선 수주 소식이 휴업 중인 조합원들에게도 희망의 증거가 됐습니다."

30년 가까이 한진중공업에서 일해 온 한 노동자의 말은 최근 한진중의 분위기를 반영해 주고 있다.

극심한 노사분규로 한때 조업이 중단되기도 했던 한진중공업이 최근 활력을 되찾고 있다. 30일에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냈던 노조와 회사, 주민들이 오랜만에 화합하는 잔치를 열었다.

상처 딛고 5년 만에 첫 수주 
영도서 선물꾸러미 전달식 
시위 후 지역사회 첫 행사

한진중공업은 2011년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309일간의 크레인 농성에 이어 올해 초 한 달간의 시신시위 사태로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사태 장기화로 인근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한진중이 이날 오전 10시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 영도조선소에서 개최한 선물 꾸러미 전달식 행사는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그동안 불편을 감내해온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한진중의 마음이 드러나 있어서다. 

한진중은 주민들에게 사과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차원에서 영도구에 사는 독거노인·저소득 가구에 쌀, 된장, 치약, 샴푸 등 생활용품이 든 선물 꾸러미 1천 세트를 전달했다. 

행사에는 최성문 한진중 대표이사와 김상욱 한진중노조 위원장, 어윤태 영도구청장, 주민대표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한진중지회는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주민들도 수 년 만에 찾아온 '한진중공업의 봄'을 반기고 있다. 봉래2동 우성규 주민자치위원장은 "앞으로 한진중공업이 지역사회와 합심해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옛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는 지난 12일 한진중이 200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상선 수주에 성공해 정상화를 향한 신호탄을 터뜨리면서 시작됐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5곳이 발주한 15만t급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3척(1천500억 원 상당)을 건조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진중공업은 이르면 오는 6월 의향서(LOI) 최종 체결을 마무리한다.

대표교섭권을 가진 한진중 노조는 "상선 수주에 성공했지만 설계 이후 본격적인 선박 건조작업까지 7~8개월의 공백기간이 생긴다"면서 "그 사이 노후 시설과 장비를 교체, 조선소를 가동해 석탄운반선을 건조하면서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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