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경남 밀양 이야기입니다.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한전, 그에 맞서 산등성이 천막에서 온 몸을 쇠사슬로 묶고 '결사항전'에 나선 주민들. 그런데 눈길이 가는 것은 농성자 대부분이 70이 넘은 노인들이라는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살 길 찾아 모조리 도시로 떠났으니 고향을 지키려는 싸움도 나이 든 노인들 몫으로 남겨진 겁니다. 

해머와 포크레인이 동원되고,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굉음이 지축을 울리는 이곳에서 국가를 일러 '폭력의 합법적 독점'이라 했던 막스 베버의 정의는 설 자리를 잃습니다. 기껏해야 세금을 떼거나 과태료를 매기거나 무허가 농막을 인정사정없이 때려부술 때 말고는 국가의 위력을 실감 할 기회가 없었을 노인들에게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으로 행사되는 대규모 경찰려과 중장비들의 무력행사는 말 그대로 '벌거벗은 폭력'일 뿐입니다.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익'이란 이름 아래 개인의 사유재산을 강제로 취해 원전 사업자에게 넘겨주려는 국가. 밀양의 노인들에게,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요.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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