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고성방가에 자기집 안방마냥 널부러져 자는 사람들, 갈수록 대담해지는 성추행까지.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범죄 및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메트로가 묘안을 짜냈다. 지난해 9월 공모를 거쳐 남자 38명, 여자 2명 등 총 40명의 지하철 보안관을 선발한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일어나는 세상만사를 해결하는 지하철 보안관의 하루는 어떠할까? 서울메트로 소속 지하철 보안관으로 활동 중인 김정철씨(36)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1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임시휴게실에서 만난 김 보안관은 '태권도장 관장님'으로 일하다 "어릴 때부터 합기도, 유도, 태권도 등 두루 섭렵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하철 보안관에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하철 보안관들은 2개 조로 나뉘어 활동한다. 오전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조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하루 9시간씩 정해진 구간에서 범죄 예방 및 단속 활동을 펼친다.

김 보안관은 보안관 활동 초반 잡상인 단속을 위해 2, 3시간씩 잡상인의 뒤를 쫓아다닌 경험을 말해줬다. 또 '왜 모금하는 사람들을 내쫓느냐'며 싫은 소리를 들은 일도 털어놓았다.

김 보안관의 주된 업무는 지하철 안팎을 돌아다니며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소란을 피우는 잡상인과 취객, 성추행을 비롯한 각종 범죄 현장을 단속해 승객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성추행이 자주 발생하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사복차림으로, 그 외 시간에는 정복을 입고 활동한다.

얼마전 인터넷 사이트에 옆에 앉은 여성 승객의 허벅지를 더듬는 남성을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하철 보안관들이 가장 주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하철 성추행이다. 

지난해 서울메트로 소속 지하철 보안관은 모두 3건의 성추행을 단속했다. 이중 한 건은 김 보안관이 세운 기록이다. 한달 동안이나 성추행을 당해온 한 승객의 제보를 받고 대림역 구간에서 일주일간 잠복근무한 결과 성추행범을 붙잡을 수 있었다.

김 보안관은 지하철 내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 피해를 입은 여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부탁했다.

서울메트로에서 보안관으로 활동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단증을 소지한 무술 유단자다. 군인, 경찰, 보안업체 등 관련 업무에 종사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28세부터 45세까지 다양한 나이의 보안관이 활동 중이다. 평균 연령은 32세로, 늦은 시간 취객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방침이다.

지하철 보안관은 법적으로 현장에서 단속할수 있는 권한이 없다. 따라서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게 증거물을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로 위반 현장을 촬영하는 것은 필수다.

김 보안관은 "증거가 있어도 발뺌하는 사람들부터 오히려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더 많아 현장에서 범인을 잡아두고도 맥이 풀린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가장 어려운 대상으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취객을 꼽았다.

단속 업무 외에도 이동이 불편하거나 곤경에 처한 시민을 도와주는 일 또한 보안관의 업무다. 지하철 서비스와 관련된 활동으로 시민에게 지하철 보안관의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보안관은 "턱없이 부족한 월급"이라 답했다. 그러면서도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시민의 격려를 들으면 힘이 난다"며 밝게 미소지었다.

"앞으로 시민이 안심하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부지런히 뛰겠다"며 포부를 전한 김 보안관은 마지막으로 "지하철 승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시는 올해까지 1~4호선에 80명, 2~8호선에 70명, 9호선에 21명 등 총 171명의 지하철 보안관을 현장 배치한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오는 4월 40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내 각종 범죄행위 발생 시 법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보안관 활동 관련 법령 개정을 법무부에 건의해놓은 상태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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