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도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니...."

11일 오후 5시께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여객선 '팬스타드림호'(2만1천600t급) 조타실. 이 배에 탄 선원 18명은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선상 부재자 투표에 참여했다.부산항을 출항한 배는 대마도 인근 대한해협의 3m에 가까운 높은 파도를 헤치고 항해 중이었다.

'팬스타드림' 선원들 조타실서 기표 
"뱃사람 의견 국정 반영 감격스러워" 
14일까지 7천60명 '위성 팩스 선거'

넘실거리는 파도가 선창 너머로 보이는 조타실에 모인 선원들은 선장의 지도 아래 자신의 투표 차례를 기다렸다. 첫 선상투표라 모두 상기된 표정이었다. 투표 과정도 특이했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를 한 뒤 팩스로 투표용지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로 보냈다.

이날 투표에 참가한 2등 기관사 조은비(24·여) 씨는 "그동안 선배 선원들은 바다에 떠있는 배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투표는 상상조차 못했다"면서 "이번에 대통령 선거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표 진행을 주도한 선장 김성율(46) 씨도 "지난 35년간 선원들의 참정권은 무시돼 왔고, 정말 오랜 기간 투표권 보장을 요구해 왔다"면서 "거친 바다에서 살아가는 선원들의 의견을 이제서야 국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선상 부재자 투표는 외국이나 공해에서 조업 중인 선원이 위성통신 팩스를 이용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지난 2005년 한 원양어선 선원이 헌법소원을 낸 끝에 이번에 처음 도입돼 오는 14일까지 나흘간 투표가 실시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21~25일 부재자 신고를 접수한 결과, 전체 대상자 1만927 명 중 65%에 이르는 7천60 명이 부재자신고를 마쳤다. 선상 투표 대상은 대한민국 선박이나 우리 국민이 선장인 외국국적 선박의 선원으로, 원양어선과 화물선 등 모두 1천752척, 1만927 명으로 추산된다.

선상 부재자 투표는 방식이 다소 복잡하다.

각 선박에 설치된 투표소에 중앙선관위가 위성과 팩스로 특수 투표용지를 보내주면, 선원들이 여기에 기표를 한 뒤 다시 팩스와 위성을 거쳐 각 시·도 선관위로 전송을 하게 된다. 선관위에서는 선상투표지의 투표부분을 볼 수 없도록 기표 부분이 봉함되는 특수 쉴드팩스(Shield Fax)로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자의 비밀을 보장했다. 쉴드팩스로 선상투표용지를 수신한 선관위는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어 보관하다가 개표소에서 일반 부재자 투표지와 함께 개표한다.

선상 부재자 투표 진행에 올해 총 2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선관위는 위성과 팩스를 이용한 이번 투표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이미 몇 차례 시범운영을 거쳤다.

부산시선관위 김학남 사무관은 "현재까지 시범운영과 실제 운영 결과, 부산선관위에 들어온 기표용지 가운데 실패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면서 "많은 선원이 투표를 통해 자신의 참정권을 행사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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