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기술자'로 잘 알려진 이근안 전 경기경찰청 공안분실장은 14일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고백'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과거 고문관이었던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날을 회개한다"고 밝혔으나 이어진 발언에서는 피해자인 양 억울한 듯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 당시 애국이 아니었다면 가정과 목숨을 내놓고 일을 했겠느냐"며 "세월이 지나고 정치형태가 바뀌니 역적이 됐다. 이 멍에를 내가 고스란히 지고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때문에 우리 가족은 거지가 되다시피 했다"며 "과거 피해받은 사람은 일일이 기억 못 하는데 그 가족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으로 성경을 읽고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목사생활을 했다"고 덧붙였다.

자서전에 사죄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이씨는 "전반적으로 다 사... 회개를 하는 것이지 한 건 한 건에 대해서 말하기는...(어렵다)"며 '사죄'라는 표현을 꺼렸다.

'사죄한다'는 말을 직접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가 재차 이어졌지만 그는 "간첩이라도 절대 쥐어 박아서는 안 되는데 쥐어박았으니 그것이 잘못"이라며 사죄에 대한 답변은 회피했다. 

그는 "애국인 줄 알고 열심히 했는데 이제 보니 외톨이로 남아 멍에를 지고 있다"며 억울한 듯 말했다.

이씨는 이날 영화 '남영동1985'에서 이씨를 모티브 삼아 잔혹한 고문을 일삼는 이두한(이경영)의 고문행위가 실제와는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씨는 "물고문은 주전자로 조금씩 물을 부어가며 하는 건데 영화에서는 샤워기 끝 부분을 빼버리고 호스 채로 물을 붓더라"면서 "젓가락으로 맞으나 몽둥이로 맞으나 맞은 건 마찬가지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보면서 내가 그렇게 악질이었나 싶어 울었다"고 밝혔다.

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장례식에 가면 소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가지 않는 것이 유족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차라리 기도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故 김 전 상임고문으로부터 용서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날 끌어안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왜 했겠나"라고 되물었다.

故 김 전 상임고문은 이씨가 복역중인 2005년 여주교도소에 찾아와 '잘못했다'고 말하는 이씨를 끌어 안으며 '그게 어디 개인의 잘못인가. 시대의 잘못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기념회장에는 이씨의 과거 경찰 동료, 선·후배 등 그의 지인 30여 명이 참석했다. 

간첩을 잡는 대공분야의 '고문기술자' 이씨는 '관절빼기', '볼펜심 꽂기', '통닭구이(전기고문)' 등 고문 기술을 개발해 고문 분야에서 악명이 높았다.

재직 당시 이씨는 청룡봉사상, 근정훈장, 옥조근정훈장 등 총 16차례의 표창을 받았으나 그에게 고문 당했던 민주화 인사들이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석방되면서 그의 고문행위를 폭로해 1988년 고문 혐의로 수배를 받았다.

이후 10년 넘게 도피생활을 하던 그는 결국 1998년 10월 자수해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으며 2006년 만기 출소해 2년 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故 김 전 상임고문이 사망하며 기독교 단체를 포함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게 일자 이씨가 소속된 교단은 지난 1월 그의 목사직을 박탈했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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