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계십니꺼"

말간 얼굴의 젊은 여자 한 명이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어이쿠, 어쩐 일이십니까"
문재인 변호사가 반색을 하며 일어섭니다.
그녀는 문 변호사의 소송 의뢰인이었습니다.

"언니도 오빠도 다들 안녕하시지요?"
"예, 그때 지내고는 정신 챙기갖고 잘 살고 있습니더."

문 변호사를 찾아오기 전, 그녀의 삶은 지옥이었습니다.
직장에서는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언니는 여러 건, 성폭행을 당했고,
오빠는 도리어 동네 처자들을 성추행해 고소를 당한 상태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조카는 동네 불량배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매일매일 벌겋게 얻어터진 얼굴로 집에 들어왔지요.

"그때는예. 지들 딱 죽는 거 밲에 무슨 길이 있것노 했지예."

부모가 없는 이들 남매는 어디 하소연할 데도, 도움을 청할 데도 없었습니다.
그때 그녀가 만난 사람이 서른 초반의 젊은 변호사 문재인이었습니다.

사정을 알게 된 문재인 변호사는
열 일 제치고 나서서 가족의 문제를 하나하나 조사했고
세 건의 소송을 진행해주었습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그녀의 복직을 도와주었고,
성폭행 당한 언니는 가해자를 찾아내 벌을 받게 했고,
성추행 한 오빠는 죄값을 제대로 치르게 해서
정신이 번쩍 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조카도 폭력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이 돼주었습니다.
그게 벌써 1년 전 일입니다.

"변호사님, 이거요."
"이게 뭡니까?"
"부끄럽심미데이, 안에 함 보이소..."

그녀가 내민 것은 하얀 봉투 하나였습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놀랍게도 그 안에는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그것도 공장 노동자인 그녀의 형편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이었습니다.
대략 그녀의 봉급, 석달치 정도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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