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손떼라" 보도한 게 죄인가요?

'정수장학회 100% 지분' <부산일보> 노조 간부 해고-편집국장 징계 회부



"박근혜 의원은 <부산일보>에서 완전히 손 떼라."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정수재단'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부산일보>는 '박 의원은 손을 떼라'고 한 노조 지부장을 해고하고 노조 활동을 보도한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부산일보> 사측은 28일 이호진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장에 대해 '면직' 결정을 내리고 29일 통보했다. 또 사측은 30일 오전 이정호 편집국장을 징계하려고 했는데 조합원들이 막아 징계위가 열리지 못했다.

'언론장악저지및지역언론공공성지키기 부산연대'(이하 부산연대)는 30일 오전 <부산일보> 사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부산연대는 김종렬 사장의 면담을 요구했으며, 김 사장이 회의를 여는 동안 부산연대는 사장 비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부산일보> 노조 활동 보도... 사측, 편집국장 징계위 회부


부산일보 노사 갈등은 올해초부터 시작되었다. 노조 지부는 김종렬 사장의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했고, 이호진 지부장이 2월 11~13일 사이 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 지부에 따르면, 당시 노사는 김 사장이 연임하지 않고 '사장후보추천제'를 하는 것에 합의서명했다. 이후 사측은 노조 동의 없이 징계와 관련한 사규를 개정했다.

노조 지부는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박근혜 의원은 정수재단에서 손떼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호진 지부장은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부산일보>는 노조의 이같은 활동을 18일자 1면에 보도했던 것. 노조 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20일 총회를 열고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측은 이 지부장에 대해 '위계질서 문란·폭언', '사장실 점거농성', '회사 명예훼손', '회사 지시에 반하여 문서·인쇄물 게시', '성명서에서 사장과 회사 비난', '정수재단 반환 투쟁' 등을 거론하며 징계했던 것.

이 편집국장에 대해 사측은 '상사 명령 복종의무 위반과 상사의 정당한 업무지시 거부'(18일자 보도, 21일자 사고 게재 거부), '직무상 의무 위배' '회사 명예 훼손' 등을 들어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노조 지부는 <부일노보> 소식지를 통해 "버젓이 합의문까지 쓰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안색을 바꾸고 사원들을 겁박하는 경영진,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면 무조건 징계하겠다고 칼춤을 추는 경영진"이라며 "우리의 투쟁이 우리 신문을 통해 적극 보도되는 것을 보며 편집권 독립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 편집권 독립의 역량을 바탕으로 경영권 독립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의 투쟁에 온 힘과 마음을 모으자"고 다짐했다

부산연대, <부산일보> 사장 비서실에서 기자회견...구호 외쳐


<부산일보> 사측의 노조 간부 등에 대한 징계와 편집권 독립 침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연대는 30일 오전 <부산일보>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부산일보>사 앞에서 열 예정이었는데, 장소를 바꿔 사장 비서실에서 열렸다.

부산연대 관계자와 조합원들이 사장실을 항의방문했는데, 마침 회의 중이어서 기다리는 사이에 비서실에서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이호진 지부장 등이 사장실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호진 지부장은 "울컥한 마음도 들었는데, 우리가 들어가려고 하자 사장이 '경찰 불러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세력을 몰아내고 신문을 반석 위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영우 부산울산경남언론노조협의회 의장은 "떠나야 할 사람은 김종렬 사장이다. 자본과 권력에 나불거리는 사람들은 떠나라"고,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편집권 독립을 위해 조합원들이 투쟁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자랑스런 <부산일보>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언론노조 강필희(국제신문)·최용수(부산KBS)·남두용(진주MBC)·표세호(경남도민일보)·이영우(KNN) 지부장과 윤정호 KBS노조 부산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부산연대 "박근혜 의원이 결단하라" 촉구

부산연대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부산일보>는 1988년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으로 편집국장 추천제를 쟁취해 편집권 독립은 확보했지만, 박근혜 의원의 정수재단이 지분 100%를 갖고 일방적인 사장 선임권을 행사하는 등 자유롭지 못했다"면서 "결국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 총선을 치른 2004년에 <부산일보> 보도의 공정성이 도마에 올랐고, 진통 끝에 2005년 박근혜 의원이 이사장에서 물러났으나 자신의 비서관을 지낸 최필립씨를 이사장에 앉여 여전히 소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진 지부장 해고와 이정호 편집국장의 징계위 회부에 대해, 부산연대는 "이는 결코 김종렬 사장만의 독단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조의 공정보도 감시와 정수재단 사회반환 요구를 무력화시키고, 명목상의 사장을 내세워 <부산일보>에 대한 지배를 더욱 강화하려고 정수재단, 나아가 박근혜 의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연대는 "부당한 징계를 당장 철회하라. 김종렬 사장은 당장 <부산일보>를 떠나라"며 "그렇지 않으면 김종렬 사장은 자신의 재임을 위해 후배 언론인을 해고하고 <부산일보>가 어렵게 쟁취한 편집권 독립을 훼손하고 파행으로 몰고 간 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쓰고 시민사회와 싸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의원에 대해, 부산연대는 "정수재단을 진정으로 사회 환원하고 <부산일보>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 정수장학회 명칭을 변경하고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을 교체하라"며 "'이미 사회에 환원된 재단이다,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종전의 입장만 되풀이 하며 <부산일보>의 사태를 방조한다면 유력 대선주자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부산일보> 경영진은 노조 지부장과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부산일보> 경영진의 징계 추진은 언론공정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는 언론사'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수장학회의 실소유주인 박근혜 의원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군사독재정권이 강탈한 재산을, 자신의 대리인인 이사장을 내세워 실소유하고 있는 박근혜 의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또다시 침묵과 부정으로 일관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대권욕을 위해 언론사 소유에 집착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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