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3일자 Lucy Williamson 서울 특파원의 보도.

 

[앵커 - 남]

한편 다음 달 총선을 앞둔 한국에 뜻밖의 정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 주간 방송에는 네 명의 중년 정치 평론가가 등장해 정부를 풍자하는 걸죽한 입담을 늘어 놓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20대 젊은층이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루시 윌리암슨 서울 특파원이 그 주인공과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팬을 만나봅니다.

[기자 - 여]

저런 부시시한 머리를 하고 이런 환대를 받는 걸 보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이라 착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은 비틀즈는커녕 대중 가수도 아닙니다. 반정부 풍자에 일가견이 있는 중년의 정치 평론가들일 뿐입니다. 이들이 출연하는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기 윤지양 같은 젊은이가 토요일 밤 이들을 찾게 만든 매력은 무엇일까요?

[인터뷰 - 여(조윤지, 나꼼수 팬)]

뭐든 거리낌 없이 말하거든요. 감추는 게 없이 솔직하잖아요. 정부나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털어놓죠. 국민을 위해 기꺼이 비판을 가하는 겁니다.

[기자 - 여]

윤지는 나꼼수를 들은 이후 정신대 문제에서부터 미국과 FTA 체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반기를 들게 됐습니다. 오늘은 다른 천여 명의 나꼼수 팬과 함께 서울을 벗어나 여행을 떠납니다. 대통령 명예훼손 죄로 옥에 갇힌 나꼼수 진행자 중 한 명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나꼼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잇따라 심각한 의혹을 제기해 왔습니다. 방송 중에는 대통령을 ‘가카’라고 부릅니다. 군대에서는 금기사항일 뿐 아니라 이 표현을 써서 제재를 당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판사들도 있습니다.

나꼼수의 인기가 질펀한 농짓거리나 괴담 폭로 때문일까요?

[인터뷰 -  남(김어준, 나꼼수 출연진)]

저들은 늘 우리가 괴담을 유포한다고 떠들어 댑니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거짓을 일삼는다는 거죠. 하지만 많은 주장들이 결국 사실로 드러납니다. 우리를 손가락질하는 이들은 우리 주장이 사실일까봐 겁을 내는 것뿐입니다.

[기자 - 여]

하지만 기성 정치권이 의외의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팬들입니다.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군중 속에는 학생과 기업인은 물론 공무원들도 눈에 띕니다. 대부분 시위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이들이지만 나꼼수라는 대항문화 덕분에 새로운 정치 운동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에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지 25년이 지난 지금 정치 논쟁은 한층 더 흥미로운 양상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BBC 뉴스 루시 윌리암슨입니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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