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24일 여야 간 의견 차로 무산됐다. 여당은 "야당이 국회법을 어겼다"고 공격했고 야당은 "여당이 이동흡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맞받아쳤다.

당초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 전 이뤄진 여야 간사 간 사전 협의가 결렬되면서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협의 결렬 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에 나선 여야 특위 간사들은 결렬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지우며 서로를 비판했다.

새누리당 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새누리당에서는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이 적격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격, 부적격 의견을 모두 기재한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했고 민주통합당은 부적격 의견만 기재하자고 주장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늘 협상이 결렬되면서 인사청문특위는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고 말한 권 의원은 민주통합당이 '관행'를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지난 2000년 인사청문특위 제도가 도입된 뒤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경우를 제외하고 단 한 건도 예외없이 보고서가 채택됐다"며 "근래 들어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다르다 보니 찬반 의견을 달아서 보고서를 채택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은 13년 간 지속돼온 보고서 채택 관행을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깨뜨렸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건 국회의장이 인사청문회법에 의해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내심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원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나한테 묻는거냐"며 답변을 피했다.

권 의원의 브리핑 후 곧바로 민주통합당 특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단상 앞에 섰다. 최 의원은 "새누리당은 자신의 정치적 의지 부족을 야당의 국회법 위반으로 말하고 있다"며 여당이 이 후보자를 지지할 강력한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다수당이다. 표결처리까지 하면 자기네들이 더 유리한데 인사특위 회의 자체를 거부해버리잖나. 본회의 계획도 없다"고 새누리당의 '의지 부족'을 강조했다.

이어 "진정으로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가 있으면 왜 서둘러 결렬을 선언했겠냐"며 "본회의를 계획하지 않은 것 자체가 최종적 결론을 보여주는 정치적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비공개 사항까지 말씀드릴 형편은 못 되지만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믿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특위 제도가 도입된 후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권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다르다"며 "헌법에 대한 해석권한을 갖는, 선출되지 않는 최고권력인데 여야간 찬반논쟁을 거쳐 한 표라도 더 나오면 뽑아준다는 선례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됨에 따라 이 후보자의 국회 임명 처리는 거듭 난항을 겪고 있다. 최 의원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도 매우 낮다. 따라서 사실상 남은 것은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뿐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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