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남은 한 뿌리이고, 서로 협력할 부분도 많다. 서로 도우면 상승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데. 어느 일방이 다른 한쪽 것을 뺏으려 들면 둘 다 손해다."

지난해 12·19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경남호'의 선장 자리를 맡은 홍준표 경남지사를 7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났다.

홍 지사는 핑크색 와이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이름 준(J), 표(P)가 정의(Justice)와 열정(Passion)을 의미한다며 열정을 상징하는 빨간 색을 좋아한다고 말해왔다.

그는 취임 이후 "좋은 도지사 만났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수 차례에 걸쳐 말해왔다.

"도민이 걱정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 주는 게 좋은 도지사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도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해답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산과의 상생 협력 방안에 대해 홍 지사는 상호 협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부산이 일방적으로 국가정책을 다 가져가려고 하면 우리도 독자 노선을 걸을 수 밖에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경남은 지난해 11월 부산이 조선·해양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특구로 단독 지정받고, 부산시와 대한항공이 부산 강서구 일대에 대규모 항공산업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데 대해 부산시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해 왔다.


"경남의 경제력은 지금 전국 지자체 중 서울, 경기 다음으로 전국 3위다. 부산하고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부산이 경남을 자꾸 핍박하는 형태로 가면 곤란하다."

홍 지사는 해양수산부 부산 유치에 대해서도 "경남은 어업·해양수산 분야에서 부산하고 비교가 안될만큼 비중이 크다. 해양수산부가 마치 부산의 전유물인양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인터뷰 도중 "부산이 모든 걸 다 가져가면 경남하고는 협력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독자 노선'이라는 말을 세 차례나 강조했다. 그는 8일 허남식 부산시장과의 면담에서도 부산과 경남의 상생협력·발전을 위한 별도의 협의기구 구성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중앙정부와 협의해 국비 지원액을 파격적으로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부예산 가운데 경남도가 요청한 국고 예산 반영액은 총 681건, 3조 2천83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천123억 원(6.9%)이나 크게 늘어났다.

사천·진주 항공우주국가산업단지를 현 정부 임기 내에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홍 지사는 "현재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와 협력해서 잘 해결토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4선 의원에 집권여당 당 대표까지 역임한 정치인에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변모한 데 대해서는 "정치할 때와는 다르게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은 다소간의 실수가 있어도 용납됩니다. 하지만 행정은 실수하게 되면 엄청난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홍 지사는 경남도의 최악의 재정상황과 관련해 "도정을 맡아보니 자치재정권이 너무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현재 8대2로 돼 있는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을 6대4로 조정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강력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막대한 MRG(최소운영수익 보장) 부담으로 재정난을 심화시키고 있는 거가대교와 마창대교에 대해서는 재정점검단을 구성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또 이런 노력을 통해 복지수요 증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거공약인 도청 마산 이전과 진주 제2청사 건립에 대한 찬반 논란에 대해서는 "도청 이전은 도민 전체의 의견수렴과 창원시의회, 경남도의회의 협의를 거쳐서 추진할 사안"이라며 "도지사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퇴로를 열어두는 모습이었다.

홍 지사는 "1년 6개월 만에 흐트러진 도정을 바로세우고 부실한 재정을 안정시키고, 또 주요 사업을 제자리에 올려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도지사 재선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도지사직 수행 후 대통령선거 도전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제 막 도지사 직무를 시작했다. 도정에만 전념하겠다"며 대답을 피해갔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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