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보도·인사 개입 파문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길환영 KBS 사장이 19일 오전 노조원들의 결렬 저지로 출근을 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KBS 청원경찰과 노조원 일부가 부상을 입었으며, 길환영 사장의 차량 앞 유리창도 파손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KBS 사장과의 대화'는 취소됐다. 길 사장은 지난 17일 자사 뉴스프로그램을 통해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날 '사장과의 대화'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KBS 사측은 "오늘 행사는 취소됐지만, 향후 언제든 열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오후 3시에 예정됐던 길 사장의 기자회견도 함께 취소됐다. 


"길환영 사장은 퇴진하라"... 출근하는 차량에 달려든 노조원들


이날 오전 7시 30분경 KBS 노조원 130여 명이 서울 여의도 본관 앞에 진을 쳤다. 기자와 PD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조합원 100여 명과 기술직군을 중심으로 2500명가량이 소속된 KBS노동조합(이하 구노조) 조합원 30여 명이 함께 길환영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것이다. 구노조는 지난 17일부터 길 사장의 집 앞에서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기도 했다. 


KBS 조합원들은 "길환영 사장은 퇴진하라" 등이 적힌 피켓 들고 구호를 외쳤다. 국장 등 간부 30여 명도 본관 앞에 나와 조합원들을 지켜봤고, 청원경찰(시설경호원) 40여 명 등은 주차장 입구를 지킨 채 늘어섰다. 


오전 9시 15분경, 길 사장이 탄 에쿠스 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길 사장의 차량을 막아섰고, 청원경찰과 간부들은 노조원들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노조원 3명이 길 사장의 차량 위로 올라가 보닛과 앞 유리창을 두드리며 "길 사장은 퇴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다른 노조원들도 손바닥과 물병으로 앞 유리창을 계속 두드렸고, 창문 이내 금을 간 수준을 넘어서 거의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파손됐다.


결국 길 사장의 차량은 오전 9시 20분께 주차장 입구에서 도로 쪽으로 방향을 돌려 속도를 냈다. 그러자 노조원들이 차량 앞으로 달려들었고, 청원경찰들이 다시 이를 저지하는 등 실랑이가 계속됐다. 이 사이 길 사장의 차량은 오전 9시 23분경 완전히 여의도 공원 쪽으로 빠져나갔다.


권오훈 새노조위원장은 "길 사장이 오늘 출근하지 못했다.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만약 다른 쥐구멍으로 KBS에 들어온다면 스스로 사장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길환영 사장은 KBS <뉴스9>을 통해 청와대 보도 개입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뉴스9>에 따르면, 길환영 사장은 "(청와대 개입설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월요일(19일) 사원(사장)과의 대화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은 지난 16일 KBS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청와대로부터 수시로 외압을 받는 등 청와대가 KBS의 인사와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출근 원천 봉쇄로 예정된 '사장과의 대화' 열리지 못해


그러나 노조원들이 길 사장의 KBS 출근 자체를 원천 봉쇄함에 따라 이날 오전 예정됐던 '사장과의 대화'는 열리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사장과의 대화에는 KBS 팀장급 이상 직원들만이 참석 대상이다.


이에 대해 함철 새노조부위원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의 보도 개입을) 폭로했을 때 길 사장은 어떤 해명도 없이 사실무근이라고만 했다"며 "이런 사장과의 대화는 자리보전을 위한 시간 끌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해온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이 이날 '사장과의 대화'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비대위회의를 열고 길 사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19일 오후 6시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결정했다.


앞서 KBS 새노조는 지난 17일 1224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사흘간(15~17일) 실시한 길환영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투표율 90.2%)에서 '불신임' 의견이 97.9%(1081표)로 나왔다고 밝혔다. 신임 의견은 2.1%(23표)에 불과했다.


길환영 사장에 대한 노조원들의 신임투표 결과가 공개된 데 이어 출근 저지 투쟁과 총파업 찬반투표(21~23일)까지 예정된 만큼 KBS 사태를 둘러싼 갈등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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