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합니다. 신랑 윤상원, 신부 박기순. 1982년 2월 20일’


‘1980년 5월 27일 신랑 윤상원 사망’ ‘1978년 12월 27일 신부 박기순 사망’


이어 “신랑도 신부도 끝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이 결혼식은 우리 역사에 한곡의 노래를 남깁니다”라는 자막이 이어진다. 5·18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이 헌정된 결혼식이다.


광주광역시가 지난달 28일 UCC로 제작해 배포한 4분 40초짜리 이 영상은 청첩장 형식을 빌어 고 윤상원 열사와 고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을 설명하고 있다.


윤상원과 박기순, 이 둘은 1970년대 후반 광주 ‘들불야학’에서 함께 만나 인연을 쌓았다. 하지만 1978년 12월, 광주 ‘들불야학’을 주도하던 박기순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떠났고, 이어 윤상원도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의 총을 맞아 사망했다. 특히 윤상원은 70년대 후반 들불야학 교사로 참여하다 80년 5·18민중항쟁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 같은 달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후 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한 가족과 친지들이 1982년 2월 20일 광주 망월묘역에서 영혼 결혼식을 열어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 때 헌정된 노래다.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씨의 장편시 ‘묏비나리’를 개작해 가사를 붙였고, 전남대 후배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이 곡은 정부 주관 5·18기념식이 처음으로 열렸던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기념식에서 제창돼 왔지만 2009년부터 기념식에서 제창이 금지됐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가사도 모르는 합창단이 립싱크로 불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국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기념식 공식곡 지정 결의안, 오월단체 등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식 제창과 공식곡 제정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Posted by '하늘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