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어김없이 진행됐습니다. 

회의실 탁자에 빙 둘러앉은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와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은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4선 중진 원유철 의원도 발언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원 의원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라고 언급하면서 "경기도정을 이끌어가겠다고 나선 분의 태도로 적절한지에 대해선 심히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경기도지사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던 김 전 교육감의 이념을 겨냥한 셈인데요. 원 의원은 "경기도 행정 현장을 또 다시 '편가르기 싸움터', '이념갈등의 놀이터'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라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그런데 원 의원이 '김상곤 때리기'를 계속 이어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오마이TV' 마이크를 통해 들려온 한 남성의 목소리. 

"저거 미친놈 아냐." 

미친놈이라니. 정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소리였는데요. 사전에서 확인한 '미치다'의 뜻은 '정신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되다'. 정당의 공개된 회의 자리에서 이런 막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일까요. 공식적인 회의 자리, 그것도 언론에 공개된 회의에서 '미친놈' 운운하는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막말의 주인공은 원 의원 주변에 앉아 있던 중진 의원들 중 한 사람으로 추정되지만, 안타깝게도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시 '오마이TV' 카메라는 발언 중이던 원 의원에게 맞춰져 있었기 때문인데요. 카메라에는 음성만 녹음됐을 뿐, 막말의 주인공의 얼굴은 녹화되지 않았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새누리당이 그동안 막말 추방을 다짐해왔다는 사실인데요. 지난 1월 14일 황우여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에 대한 판단과 막말과 저주는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라고 강조했고요. 1월 30일에는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막말 퇴치' 홍보물까지 나눠주며 고운말 사용을 당부했습니다. 황 대표로부터 '막말 퇴치' 홍보물을 받았던 시민들이 이번 발언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하네요. 

이날 원유철 의원 주변에 앉아 있던 4선 이상의 중진은 김무성, 이병석, 송광호, 정갑윤, 정병국 의원인데요. 누가 "내가 미친놈이라고 말했다"라고 손 들고 나서지는 않을 테고. 아, 정말 CSI 과학 수사대에 음성 분석 의뢰라도 해야 할까요. 과연 막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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