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첫 번째 준비절차기일에서 법무부와 진보당은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24일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과 서기석·김창종 재판관 심리로 열린 준비절차기일에서 양측은 진보당 활동과 목적에 위헌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개별 구성원의 활동을 정당의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논란이 됐던 증거조사 방법과 관련해서는 재판관 회의를 통해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정당활동 위헌성 놓고 법무부-진보당 격돌 = 법무부는 "진보당 강령에 명시된 '진보적 민주주의'는 한반도를 사회주의화하려는 것으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기본적으로 일치한다"며 진보당 강령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법무부는 진보당의 강령 하나하나를 거론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부정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며 국민주권주의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RO'(혁명조직)의 내란음모 활동이 드러난 이후에도 진보당이 이들을 옹호하고, 국가보안법위반 사범 등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하는 등 반국가활동의 기반을 마련해 줬다"며 정당해산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진보당 측은 "정당해산심판의 판단 기준은 정당의 강령과 당헌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이지 북한의 정책기조와 동일한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측은 "자본주의체제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노력한 것일 뿐 시장경제체제와 사유재산을 부정한 적이 없고 강령 내용도 북한식 사회주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또 "내란음모 사건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으로 아직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도 않았고 개별 당원의 행동을 정당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증거조사는 민사소송법 준용 결론 = 증거조사 진행 방법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진보당 측은 이날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만 증거능력이 인정되지만 자유심증주의를 택하고 있는 민사소송법에서는 양측이 자유롭게 증거를 제출하고 법원 판단에 따라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와 관련해 김창종 재판관은 "준비절차기일 전에 재판관 전원이 논의한 결과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또 양측이 추천한 학계 전문가 가운데 누구를 참고인으로 지정해 의견을 들을 것인지는 추후 결정해 별도로 통지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김상경 동국대 법학과 교수,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동렬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참고인으로 추천했다.
진보당측은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참고인 추천명단에 올렸다.
재판관들은 "가급적 관련 형사사건에서 심문한 증인은 피해서 내달 2일까지 증인신청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헌재는 내달 15일 오후 2시 다시 준비절차기일을 열고 사건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준비절차기일에는 이정희 진보당 대표가 직접 재판정을 찾아 방청했다. 사안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양측 관계자 외에도 일반 시민 수십명이 재판정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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