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BS금융지주 이장호 회장 퇴진 압박' 사건에 청와대와 정치권이 대구·경북(TK) 출신 전 시중은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앉히기 위해 개입했다는 주장이 새로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며 '관치금융'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0일 "이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는 사실 시중은행장을 지낸 모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는 금융당국이 주도한 것은 아니고 더 '윗선'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정치권 개입설 파문 
지역여론 반발에 방침 급선회 

이장호 회장 오늘 공식 사퇴 
부산銀노조·시민단체 반발 
"지방은행 탄압 묵과 못해"

또 "금융당국은 오히려 이 회장이 실적도 좋고, 부산에서도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는 인물인데다 새로 임명할 인물이 부산·경남(PK)이 아니라 TK 출신이어서 강한 역공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을 내년 3월 임기까지 교체하지 말자는 의견을 거듭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산지역 여론이 워낙 강경한 분위기로 치달으면서 지난 주말 'TK 출신 회장 임명' 카드는 백지화됐으며, 부산은행 내부 인물을 임명하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도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 배경이 금융당국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 회장이 금감원의 퇴진 요구에 반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미숙한 인사 개입이 오히려 관치금융 논란만 일으켜 우리 내부에서도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며 "이 회장 후임이 내부 출신에서 결정되면 관치금융 논란은 수그러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이 회장 후임으로 강력하게 밀었던 인물은 대구에서 고교를 나오고 2011년 3월 모 시중은행장에서 퇴임했으며, 현재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 유관기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10일 오전 이 회장은 공식 사퇴문을 통해 "조직의 안정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BS금융지주의 차기 CEO는 조직의 영속성과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반드시 내부 경험이 풍부하고 지역사정에 밝은 내부 인사에 의해 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이 회장의 중도 사퇴를 반대한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부산 동구 범일동 BS금융지주 사옥 회장실과 로비에서 이 회장의 사퇴를 반대하고 금융당국의 부당한 개입을 비난하는 집회를 가졌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162개 시민단체도 이날 오전 10시 부산시의회에서 긴급 규탄대회를 갖고 "금감원의 강압적인 사퇴 강요는 지방은행을 탄압하고, 부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으로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위해 분리 매각을 추진하려는 경남은행 인사의 경우도 정치권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은행은 지난 5일 주총에서 신임 감사에 박판도(60) 전 경남도의회 의장, 사외이사에 김종부(61) 전 창원시 부시장 등 지난 대선과 경남지사 보선 당시 여권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지역 정치권 인사를 임명했다.

Posted by '하늘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