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6시 30분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체 게바라의 막내딸 알레이다 게바라의 강연엔 그야말로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 주최 측에서 급히 보조의자 70여 개를 가져와야 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영화나 전기, 평전을 통해 친숙한 체 게바라와 쿠바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첫 번째 자리라는 점에서 청중의 관심을 끈 덕분이다.

체 게바라의 인기는 딸인 알레이다 게바라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청중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강연은 세 시간가량 이어졌고, 강연이 끝난 후에도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으로 청중들은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완벽한 아버지를 닮긴 어려워" 술회 
"쿠바서 의료는 국민에 봉사하는 직업" 
"혁명 성공하려면 사회 문제 직시해야"

'나의 아버지 체 게바라'란 제목으로 강연한 알레이다 게바라는 먼저 의료와 문맹 퇴치 활동을 통해 제3세계와 연대하고 있는 쿠바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녀는 "많은 한국인이 아직도 쿠바를 독재 정권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서로 잘 알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다"며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체 게바라의 가장 큰 꿈이었다"고 말했다.

강연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아버지와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격이든 외모든 아버지와 닮은 부분은 무엇인지 물었다. 눈매가 사진에서 본 체 게바라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도 "외모에서는 눈이 가장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완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닮고자 하는 것은 어려웠다"며 "아버지가 항상 남을 생각하고, 남을 이해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연대하려고 했던 점을 닮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는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소아과 의사가 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쿠바에서 의료는 완전 무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이라며 "이 직업을 통해 아버지와 내가 국민에게 받은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사회주의 체제인 쿠바와 같은 혁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건 그 나라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현실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일단 결정하게 되면, 쿠바 국민 못지않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이 자신이 처한 현실과 사회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분명한 사실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200년 동안 작동하고 있지만,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 인구의 80% 넘게 가난을 겪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알레이다는 소아과 의사이며 체 게바라 연구센터의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자신보다 아버지 체 게바라에 너무 이목이 쏠린 것 아니냐는 질문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쿠바 혁명과 쿠바 국민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더 자랑스럽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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