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팟캐스트 '나꼼수'(나는 꼼수다)가 대세다. 인기가 '짱'이다보니 반발과 비판도 거세다. 특히 나꼼수의 조롱 대상인 '수구꼴통' 인사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그래서 입 가진 보수 인사라면 누구나 한마디 하는 요즈음이다. '내 맘대로 언론'이니 '편파방송의 지존'이니 하면서.

'가카 헌정방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배경은 뭘까? 여러 가지를 댈 수 있겠지만, 결정적 배경은 정석(定石)이 아닌 '꼼수'로 집권한 '가카의 원죄'에서 찾을 수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 의혹이 대표적 사례다. '나꼼수'의 김어준 총수도 <시사인> 고재열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흥행 이유와 성공한 이슈를 묻자 "당연히 가카"라면서 "BBK"라고 못박았다.

지난 대선 전쟁은 BBK에서 시작해 BBK로 끝났다

- 나꼼수의 흥행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당연히 가카. 거기 더해 애티튜드. 쫄지 말라는. 그러한 태도 자체가 절절한 위로가 되는 시대다. 그래서 웃으면서 운다. 그리고 네 사람이 각기 살아온 삶. 자기 컨텐츠는 결국 자기가 삶을 상대하는 태도로부터 나온다. 정보는 그 위에 얹히는 토핑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화법. 자신이 얼마나 옳고 똑똑한 지를 입증하기 위한 화려한 화술이란 의미가 아니라 애티튜드, 정보, 해학, 캐릭터, 진심이 화학결합해 만들어내는 합목적적인 전달력. 전달되지 않는 메시지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크게 외쳐도 독백일 뿐이다."

- 나꼼수가 '이슈의 패자부활전'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BBK."

그렇다. 돌이켜보면 지난 대선 전쟁은 BBK에서 시작해 BBK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경선 승리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선점한 이명박(MB) 후보와 분열과 통합을 거듭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너무 컸다. 정동영 캠프에서는 대마(大馬)를 잡을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했다. BBK 의혹은 더 없이 좋은 '꽃놀이 패'였다.

최선은 김경준씨가 주가조작을 할 때 'BBK의 실질적 소유자'(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였던 MB에게 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명박 후보가 주가조작이라는 범법 행위를 묵인했거나 인지했음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MB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나 거짓말쟁이로 전락하게 된다.

차선은 MB가 김경준의 BBK 동업자였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물론 MB 캠프에서는 'MB도 김경준의 사기 피해자'라며 빠져나갈 수는 있었다. 그럴 경우 정동영 캠프에서는 '금융사기 피해자≠경제 대통령'이라고 공격할 수 있었다.

'가카'의 원죄와 홍준표의 고백 "BBK 동영상 아찔하더라"

정동영 캠프는 천신만고 끝에 이명박 후보가 광운대 특강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있는 동영상 CD를 입수했다. 2000년 10월 당시 광운대 강연을 촬영했던 비디오가게 주인이 CD에 저장한 동영상이었다. 그러나 MB 캠프는 "주어가 없다"는 이유로 MB의 동영상을 깔아뭉갤 만큼 뻔뻔했다.

 "주어가 없다"는 궤변으로 해를 가리려 했던 그들이, 속으로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는 얼마 전에 '나꼼수'에 출연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고백에서 엿볼 수 있다. 홍 대표는 "BBK 동영상 (공개되었을 때) 아찔하더라"면서 "MB도 사기 피해자"라고 실토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으로서 여권의 BBK 공세를 막아낸 야전사령관이었다.

또 BBK 의혹의 파생사건으로 <오마이뉴스>가 최근 심층보도한 '김경준 기획입국 가짜편지' 사건에서도 그들이 BBK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력투구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홍준표 위원장이 기획입국 증거라며 흔든 편지는 조작되었으며, 그 MB 당선을 위한 사기극에는 MB의 상임특보가 개입돼 있음이 밝혀졌다.
(관련 기사 - 2007년 대선 때 홍준표가 흔든 편지는 조작... 이명박 당선 위한 사기극에 MB특보 개입)

그런데 가카는 이런 원죄를 안고 있으면서도 교만했다. 가카는 530만 표 차이의 압승에 취한 탓인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정권은 떡잎부터 싹수가 노랬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돼먹지 않은 '어륀지'를 외치더니, '강부자'와 '고소영'으로 '잃어버린 10년'의 배를 채우는 싹쓸이 인사와, 민심과는 담을 쌓은 '명박산성'으로 정권의 노골적 색채를 드러냈다.

'불통령 MB'에 절망한 국민들은 광장에서 'MB OUT!'을 외쳤다.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국민에게는 새로운 소통방식이 필요했다. 바로 그 찰나에 10여년 전부터 <딴지일보>라는 낯선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허위의식에 '똥침'을 날려온 김어준 총수가 각각 다른 분야의 똥침 전문가들과 함께 짠~ 하고 '복귀'한 것이다.

김어준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쌓은 내공

김어준 총수가 "본지는 각종 사회비리에 처절한 똥침을 날리는 것을 임무로 삼는다"는 창간사와 함께 <디지털 딴지일보>를 선보인 것은 98년 7월이다. 대한민국에 정보고속도로와 전자민주주의 시대를 연 김대중 대통령 집권 1년차 때다. 김어준 총수의 내공은 가카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한 그 정권에서 권위와 제도에 똥침을 날리면서 쌓은 것이다.

김어준도 앞서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꼼수가 뉴미디어의 새지평을 열었다고 보는데, '딴지일보' 때와 비교해서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본질적으로 같다"고 했다.

"전혀 다른 메시지 유통 채널의 구축이 가능한 물적 토대의 출현―딴지일보 때는 인터넷+PC였고 나꼼수는 인터넷+스마트폰+트위터―이란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나머지 디테일은 마이너하다."

김 총수는 그 '잃어버린 10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권위와 제도권에 대한 독설과 야유 그리고 풍자로 전자민주주의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단면을 두루 선보이면서 나름 팬층을 거느려 왔다. 권력자에게는 불쾌하지만 팬들에게는 유쾌·상쾌·통쾌한 신선한 똥침을 날린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잃어버린 10년' 동안 김 총수가 똥침 때문에 억압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언론 환경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 권력에 딴지를 거는 인터넷 신문에서 '가카 헌정방송'으로 진화한 나꼼수의 대박 흥행을 시기하는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능이 대세인 시절에 권력에 딴지를 거는 것이 '예능언론'의 본업인데, 반대로 권력이 언론에 딴지를 거는 불길한 조짐이 그것이다. 관(官)이 민(民)의 밥그릇을 빼앗는 빌어먹을 '우라질'이다.

최벨스(최시중) "(나꼼수 방송) 그 자체가 꼼수다"

가카의 정치적 사부이자 가카 형님의 오랜 친구인 '최벨스', 즉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그 딴지 걸기의 주인공이다('최벨스'는 최시중 위원장을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에 빗댄 표현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MB의 선전장관 답게 공사석에서 수 차례 "MBC의 정명(正名)은 무엇인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며 '정명론'을 강조한 바 있다.

톺아보면 '최벨스'의 'MBC 정명론'은 'MBC 죽이기'의 신호탄이었다. 전병헌 의원(민주, 서울 동작구 갑)의 지적대로, MBC의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에 대한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정권 차원에서 매우 집요하고, 계획적이며,
치밀하게 준비된 MBC 죽이기가 진행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꼼수 정명론'으로 표적지가 이동했다.

지난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2012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철우 의원(한나라당, 경북 김천)은 '나꼼수'와 관련, "(나꼼수를) 이대로 둬선 나라가 망한다"면서 "예산을 많이 들여서라도 특별 단속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철우 의원은 애국심으로 무장한 국가정보원 간부 출신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 자리에서 최벨스는 "(방송이 아니어서) 방송법으로는 할 수 없지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법)으로는 심의를 해야 한다"고 흉심을 드러냈다. 그에 앞서 "<나는 꼼수다>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면서 "(방송) 그 자체가 꼼수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미 나꼼수를 죽이기 위한 '꼼수'는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미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SNS에 대한 심의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심의를 전담하는 신설팀을 만들고 검찰도 수사와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선관위도 10.26 재보궐 선거에 앞서 SNS에 대한 선거법 위반을 엄중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똥침 4인방'의 '파도 타기' 막는 최시중은 '당랑거철'

그러나 전병헌 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18만개 중 방송통신심의위이 신설팀 신설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음란물은 0.3%인 572개에 불과해 전담팀 신설의 명분이 없다. 또 최근 3년간 트위터 등 SNS 서비스에 있어서 음란물 접속 차단도 11건에 불과한 상태다.

지난 9일에는 장제원 의원(한나라당, 부산 사상구)을 비롯한 국회의원 11명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인터넷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간통신사업자는 불법적인 통신 등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합리적인 통신망 관리를 위해 인터넷 접속 역무 제공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SNS를 통해 불손한 내용이 오갔을 경우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해당 SNS 접속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된다. 2000만 명이 넘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특정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장 의원은 SNS 규제 조항이 논란이 되자 "법 규제보다는 자율정화가 필요하다"고 발의를 자진 철회했지만 방소통신심의위는 SNS 및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심의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어준은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 메시지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크게 외쳐도 독백일 뿐"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나꼼수는 '똥침 4인방'의 정치-사회적 개인기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사회적 관계망을 타고 재잘거리는 '파도 타기' 현상이다. 그 '연대의 파도'를 막으려는 것은, 최시중 위원장이 즐겨쓰는 고사성어로 표현하면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비는 것을 뜻한다)이 아닐까.

Posted by '하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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