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처진 한 아버지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막노동을 전전했던 그의 삶. 속살을 들춰보니, 아들은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소년범'이 되었다. 아버지는 그저 돈만 벌어다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소리 내서 울지 못하는 아버지는 후회의 눈물을 삼켰다. 거리를 떠돌던 아들을 포기할 수 없던 아버지는 굵은 쇠사슬로 아들을 전봇대에 묶었다.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타인의 것으로 채웠다. 열 세 차례의 차량 털이로 얻은 건 현금 몇 푼과 의미 없는 물건들이다.
깊은 밤이 더 외로웠던 아이는 그렇게 거리를 헤맸다. 그리고 다시 재판장에 끌려왔다. 아들에게 무릎을 꿇린 천종호 판사가 호통을 쳤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10번 크게 외쳐라." 그 말을 하던 아들은 자기 설움에 눈물을 터뜨렸다. 아버지도 무릎을 꿇었다. "아들아, 미안하다. 아버지를 용서해라." 두 사내는 오랜만에 서로를 끌어 안고 울었다.
2시간 쯤 진행된 소년재판에서 15명의 아이들이 경계에 섰다. 즉결 심판인 소년재판은 '10호 처분'(소년원에 최장 2년 동안 수용되는 가장 엄한 처분)'을 받으면, 즉시 소년원으로 가게 된다. 경제적 살인의 범주에 속하는 가난과 이혼,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등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아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이 작은 재판장은 한국 사회가 처한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열악한 환경에서 절규하는 청소년들의 편에 서있는 부산지방법원 소년부 천종호 부장판사를 〈한겨레TV〉 인터뷰 프로그램인 '한겨레담'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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